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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미학

[풍경] 구산성지(하남시 향토유적 4호)에서 만난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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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노입니다.

 

경기도 하남에 있는 구산성지에 방문했을 때 만난 풍경을 포스팅해 볼게요.


구산성지 정문

구산성지를 찾아가기 전에 저는 외진 곳에 있을 줄로 생각했는데,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더라구요. 성지라고 해서 무겁고 부담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 친근하고 아늑한 공원이 되어주는 것 같네요. '구산(龜山)'이란 지명은 거북이의 생김새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것으로, 천주교를 박해하던 조선 후기에 바로 이 구산마을에서는 신자들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믿음을 지켜왔대요. 그래서 성 김성우 안토니오(1795~1841)를 비롯한 많은 순교자가 여기서 나왔고, 지금도 그 후손들이 순교정신을 지켜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중요한 장소라서 하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이 되었구요.


안당문

정문으로 들어와 오른편으로 가면 성인묘역으로 들어가는 "안당문"이 있습니다.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을 비롯한 구산마을의 순교자들의 묘소가 있는 성지의 핵심구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인 묘역은 유해와 진토가 그대로 안장되어 있는 진묘라고 합니다. 그리고 안당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안토니오"의 한자식 음역이 "안당"이라서 그래요. (프란치스코를 "방지거"로, 베네딕토를 "분도"로 부르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예수성심상

안당문 옆에 있는 예수성심상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종교의 자유를 누리면서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지만, 박해시대에는 신앙을 지킨다는 일 자체가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숨 막히는 생활이었겠죠. "사학죄인(조선 정부에서 천주교인을 부른 명칭)"으로 붙잡혀 고문당하고 죽기 일쑤였으니까요. 예수성심상 앞에 보이는 물건들은 그러한 고문 도구들을 재현한 것들입니다. 저 십자형 곤장틀에 엎어놓고 치도곤으로 매질하거나, 딱딱한 의자에 앉혀서 주릿대로 정강이를 비틀었던 것이죠. (사실 뭐 저 정도는 그나마 수위를 필터링해서 전시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다른 천주교 성지에 가보면 더 실제적인 현장 증거가 보존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서슬 퍼런 위협에서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정신은 존경을 받아 마땅합니다. 1840년 김성우 안토니오 또한 체포되어 포도청으로 압송된 후 무수한 곤장과 고문을 받아야만 했죠. 기록에 의하면 나중에 김성우의 시신을 수습했을 때 고문으로 얼굴 여기저기가 깨져 있었고, 곤장을 하도 맞아 볼기 살은 다 떨어져 뼈가 드러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교하라는 강요에도 김성우 안토니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어요.ㅠㅠ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고자 할 따름이오.”

 


예수성심상 너머 드러나는 파란 가을 하늘

성지에 입장할 때는 구름이 많아서 하늘이 어두웠는데, 어느새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어요. 구름 사이로 파랗고 맑은 가을 하늘이 드러납니다. 


가까이에서 크게 보이도록 찍어본 천사상

이 천사상는 실제로는 크지 않은데요. 제가 가까이에서 찍었더니 사진상으로는 커 보이네요. 천사상 오른쪽 뒤에 보이는 비석에는 "신앙선조 영성마을"이라고 쓰여 있고, 그 아래엔 "예수님인"이라면서 인장이 찍힌 것처럼 조각해 놓았어요.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순교성지라고 해서 늘 엄숙하고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이렇게 소박한 웃음 요소도 있답니다.)


십자가의 길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

물론 십자가의 길도 조성되어 있어요. 각 처를 돌면서 기도를 바치거나 묵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십자가의 길을 돌아보고 묵상하면서 제6처의 사진을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상"

이 성모상은 구산성지 초대 주임 신부님(故 길홍균 이냐시오)이 꿈에서 알현한 성모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신부님의 의뢰로 당시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던 故 김세중 프란치스코 화백이 만든 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이 사진을 찍을 때 의도한 건 아닌데, 나중에 보니까 묘하게도 나무 위로만 구름이 드리워진 것처럼 찍힌 게 참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성모상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가까이에서 본 모습입니다. 길홍균 신부님께서 꿈에서 뵌 성모님은 이렇게 왕관을 쓰시고 오른손에는 왕홀(지휘봉)을 들고 계신 모습이었나 봐요. 이 성모상은 가정과 인류의 평화를 전구하는 의미로,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상"으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성모님뜰을 둘러싼 담벼락이 기왓장으로 되어있는 것도 독특하네요. 한국적인 미가 드러난다고 할까요, 그리고 담 위에도 둥근 모양의 도자기 작품들이 가득 자 있는데요. 여기엔 각기 다른 의미와 상징들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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